에베소서 4장 29–30절
사람의 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래 남습니다. 어린 시절 들었던 칭찬 한마디가 평생의 용기가 되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들었던 차가운 한마디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그만큼 말에는 사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하는 힘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오직 덕을 세우는 데 소용되는 대로 선한 말을 하여 듣는 자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라.”(엡 4:29)
여기서 “세운다”는 말은 원래 집이나 건물을 짓는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말도 무언가를 짓습니다. 사람을 세우고, 관계를 세우고, 공동체를 세웁니다. 반대로 힘들게 세워 놓은 것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가 무슨 말을 했는가?”가 아니라 “내 말이 무엇을 세우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바울은 “소용되는 대로” 말하라고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하라는 것입니다. 지친 사람에게는 충고보다 “그동안 참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격려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듣기 좋은 말보다 사랑으로 전하는 진실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성숙한 공동체는 문제가 없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문제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아는 공동체입니다. 문제를 말하면서도 사람을 무너뜨리지 않고, 의견이 달라도 관계를 깨뜨리지 않으며, 잘못을 이야기하면서도 회복의 길을 함께 찾는 것입니다.
바울은 이어서 “하나님의 성령을 근심하게 하지 말라”(엡 4:30)고 말씀합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하나 되게 하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말이 사람을 갈라놓고 서로를 의심하게 만든다면, 성령께서 세우시는 공동체를 우리의 입술로 허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꼭 필요한 말인가?
이 말은 사람을 세우는가?
이 말을 들으시는 성령께서 기뻐하실까?
이번 한 주, 먼저 은혜의 말을 건네 보십시오. 말은 지나가지만 말이 남긴 것은 오래갑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평범한 한마디를 사용하여 낙심한 사람을 일으키시고, 멀어진 사람을 다시 품으시며, 무너진 관계를 회복시키십니다.
우리의 말이 지나간 자리에 상처보다 은혜가, 불신보다 신뢰가, 불평보다 기도가 남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말로 사람이 다시 힘을 얻고, 다시 기도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교회가 바로 서로 세우는 공동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