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1:24-26
사순절이 되면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무엇인가를 줄이고 끊는 결단부터 떠올립니다.
금식을 하거나, 즐기던 음식이나 커피를 절제하고, 드라마나 SNS 사용을 줄이며 자신을 절제하려 합니다.
이러한 마음은 귀합니다. 주님의 고난을 기억하며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자 하는 태도는 분명 의미 있는 신앙의 표현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종종 “하지 않는 것” 자체를 신앙의 목표로 삼아 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화를 내지 말아야지”, “나쁜 습관을 끊어야지”라고 결심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합니다.
이는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비워진 자리를 더 좋은 것으로 채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누가복음 11장에서 이 영적 원리를 설명하십니다.
더러운 귀신이 떠난 집이 깨끗하게 청소되고 정리되어 있었지만 비어 있었기 때문에, 결국 더 악한 귀신들이 들어와 그 사람의 형편이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말씀하십니다.
겉으로는 정리된 것처럼 보여도, 그 집에 주인이 없다면 결국 다시 어둠이 들어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죄와 나쁜 습관을 끊어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비워진 마음을 하나님의 은혜로 채우지 않으면, 그 자리는 허무함과 교만, 혹은 더 강한 유혹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 원리는 물이 담긴 컵의 비유로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더러운 물을 억지로 퍼내는 대신 깨끗한 물을 계속 부으면, 새로운 물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더러운 물을 밀어냅니다.
마찬가지로 죄를 하나하나 제거하려고 애쓰기보다, 말씀과 기도, 감사와 찬송으로 마음을 채울 때 죄는 자연스럽게 설 자리를 잃게 됩니다.
“너희는 성령을 따라 행하라 그리하면 육체의 욕심을 이루지 아니하리라”(갈라디아서 5:16).
죄를 이기기 위한 초점은 “욕심을 이루지 말라”에 있지 않고, “성령을 따라 행하라”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의 가르침은 언제나 “하지 말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미워하지 말라”를 넘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며,
“거짓을 버리라”에서 멈추지 않고 “서로 참된 것을 말하라”고 권면합니다.
악을 피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선을 행함으로 악을 이기라고 말씀합니다.
사순절의 핵심은 비움 자체가 아니라 채움에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깨끗하기만 한 빈집이 아니라, 하나님이 실제로 거하시는 살아 있는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이번 사순절이 단지 무엇을 끊는 기간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말씀과 성령, 그리고 사랑의 행동으로 마음을 채워 가십시오.
그때 우리의 마음은 더 이상 빈집이 아니라, 주님이 기쁘게 머무시는 집, 은혜와 생명이 흐르는 하나님의 집이 될 것입니다.
